‘사실충실성(factfulness)’. 나는 얼마나 사실에 충실하고 있을까?
갭마인더 테스트를 해본 결과 나 역시 침팬지(정답을 고를 확률 33%)를 이기지 못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직업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 위안을 받을 수도 있지만 세계의 주요 이슈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적어도 지식인 행세를 하면서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하나하나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그런 인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는 생각에 팩트풀리스에 대해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과도한 극적인 세계관’을 추구하면 할수록 더욱 왜곡할 수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오해를 추적해 찾아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데이터다. 데이터를 보여주고 그 이면의 현실을 설명해야 한다.”
"수치 없이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으며,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
이 문장들을 내 식으로 해석하면 세상은 데이터로 되어 있는데 눈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의미를 찾아보라는 것이다. 즉, '통찰' 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데이터가 있는데 그 데이터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 본질을 꿰뚫는 센싱과 통찰은 개인의 역량이자 생존과 성장의 요체이다. 빅 데이터 시대를 맞이하여 데이터 리터러시 즉 데이터를 읽고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에 데이터에 대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국내 상황과 겹쳐지는 부분에 고심이 컸다. 데이터와 팩트에 대한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면서 왜 그럴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동안 국내에는 많은 괴담들이 우리 사회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과거 한미 FTA 체결, 광우병 사태, 제주도 해군기지, 그리고 최근의 세월호, 사드 사태, 탈원전, 태양광 발전, 4대 강 보 해체 등. 모두 팩트가 아닌 과도한 극적인 세계관으로 활동가, 정치가 등 주장자가 얻고자 하는 이득을 위해 남용하고 왜곡시켰다고 생각하는 사건들이다. 데이터 리터러시가 약한 사람들을 현혹해서 정치적 이득을 본 몇몇 사람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린다면 이는 결코 기대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한스 로슬링은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아라”라고 했다. 세월호 침몰사건을 돌이켜보면 우리는 모두 아직도 악당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원인을 찾아야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데 그 침몰의 원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도 그 원인에 대한 시스템 개선 없이 선박은 운행되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된다. 한스 로슬링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요청하는 과장된 데이터 표현을 거절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받을 수도 있는 현안에 대해 좀 과장된 표현을 해도 손해 볼 사람은 없고 이득을 얻을 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사안에서도 결코 데이터를 왜곡해서 트렌드를 팩트로 오인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스 로슬링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소비심리를 전공하고 데이터 분석 현장에서 경험한 경험치를 바탕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이 책을 기술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점은 높이 평가한다. 데이터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과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 제목을 생각하면서 데이터 읽기의 기술(skill)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될 수도 있는 책이다. 여기서 기술은 스킬이 아니라 서술(descriptive)이다. 이점을 염두에 두고 읽기를 권한다.
데이터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목적이 있는 데이터가 되어야 한다. 바로 데이터 속에 있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 책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확신을 갖는 방법으로 현장에 가서 확인하라고 제시한다. 한 달 전 안성에 있는 로컬푸드 매장 활성화 컨설팅을 하면서 동일한 경험을 했다. 데이터로 본 것을 현장에서 확인해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 있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데이터는 얼마든지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읽어내는 능력을 갖춰야 진정한 분석가라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가 돈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이면의 현실을 읽어내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일어난 디지털 혁신은
마침내 경제의 근본을 바꾸기 시작했다.
일부 기업은 이미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을 목표로 삼고
필요한 자원을 배치하고 있다."
내가 느낀 이 책의 핵심을 정리하면, '시장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자본의 중심이 화폐에서 데이터로 바뀌고 있다. 기존 자본주의 경제의 주류는 화폐 경제였다면, 미래는 데이터 경제가 될 것이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부분의 책은 중요한 부분이 앞부분에 있는데 이 책에서 내가 느낀 중요한 부분은 '9장 일의 해체’다. 그래서 책의 중반부는 읽는 데 한계를 느꼈고 재미가 반감되어 읽기를 중단하려고 했었다. 다행스럽게 마지막 부분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공감 가는 내용이 있었다.
책을 읽을 때 몇 가지 주의를 기울인다.
첫째,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지식이 있을 때 흥미롭다.
둘째, 강의에 사용할 수 있는 사례다.
셋째, 어떤 통찰을 주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는 세 번째 통찰에 대한 것인데, 9장을 읽으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밸류바인'도 데이터 경제 시대를 대비하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 이란 주제와 방법은 더는 뾰족한 전문성이 아니라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들었지만, 딱히 방향을 잡지 못했었다. 그동안 데이터 분석을 전략 수립의 부분적인 도구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부터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즉, 주와 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이나 테크기업 혹은 이 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수많은 중소기업은 자체 역량에 한계가 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예산은 작거나 없다. 이런 기업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로 전략과 실행 방안을 찾아줄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데이터가 많지 않을 수 있고, 전문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지만, 데이터가 풍부해지는 시대적인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표적화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 수행한 프로젝트들에서 이런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안성에 있는 어떤 로컬푸드의 3년 치 매출액 분석을 통해 매장 활성화 전략을 세웠다. 국내 어떤 면세점의 브랜드별/매장면적별 매출총이익을 기반으로 브랜드별 공헌도 분석과 매장별 매출액 분석으로 머천다이징(MD) 전략을 새로 수립했다. 그리고 소기업 중에서도 고객의 구매 이력 데이터 및 온라인쇼핑몰의 액티브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체 데이터는 없지만, 공공데이터나 뉴스데이터, 상권 데이터 등 공개된 혹은 앞으로 공개될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프로모션 기획을 할 수 있다면 데이터만 분석하는 전문가와 분명한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속에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바로 데이터의 시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화폐에서 데이터로의 이동을 시장의 부활"이라고 부른다.
"데이터와 기술은 단지 시장의 부활을 도울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는 데이터의 풍부함을 통하여 우리의 미래가 뿌리 깊이 사회적일 것이고, 따라서 지극히 인간적일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한 부분에 공감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2018년 1월에 기고했던 “언택트 마케팅이 뜨고 있다”라는 글을 공유했는데, 한 친구가 “언택트 마케팅이 점점 더 확대되면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라는 댓글을 달았기에 답글로 “다시 인간화 마케팅이 필요할 듯”이라고 했었다. 데이터에 함몰되어 인간성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시 인간성을 추구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데이터는 시장을 굴러가게 하는 새로운 윤활유다."
이 책은 데이터와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시기에 저술되었다. 저자는 컨설턴트로 데이터 관련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하여 가치를 달성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 및 기업의 데이터 프로젝트를 어떻게 수행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제목과 같이 데이터 분석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그것도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계획하거나 데이터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자 하는 컨설턴트에게 적합한 책으로 보인다.
일반인이 보고자 한다면 2장의 기본적인 통계 지식 파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에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도입하고자 할 때 전반적인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도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보다 전문적인 서적을 통해 통계와 데이터 분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